지난 겨울부터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줄 알았지만,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폭증한 것. 결국 세계보건기구(WHO)는 망설임 끝에 전염병의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을 선언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내의 경우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개인위생 수칙 실천과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생활 방역에 힘써 해외와 달리 확진자 수가 폭증하지 않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고, 무증상 감염과 같은 특수성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 공포, 터치리스 경제 도래의 신호탄

특히 최근 실리콘밸리에 모바일 이동식 주유소가 등장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인 부스터 퓨얼즈(Booster Fuels)는 주기적으로 주유소에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고, 주유소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모바일 주유소를 만들었다. 이들은 인근 쇼핑몰 주차장이나 페이스북, 이베이, 오라클 등 세계적인 실리콘 밸리 기업 주차장을 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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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이동식 주유소는 운전자가 주유소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가야 했던 기존 주유소와 달리, 주유 차량이 자신의 위치로 와 직접 연료를 공급해 준다. 결제는 모바일로 이뤄지며 문자 및 이메일을 통해 영수증을 전달받을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의 주된 감염 경로 중 하나가 바로 주유소 가스 펌프 핸들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부스터 퓨얼즈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 가스 펌프 핸들의 71%가 전염병의 감염경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오염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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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에서도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한 보안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손 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출입하거나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사람과 대면을 피하는 언택트 시대의 도래가 극단적으로 접촉을 줄이는 터치리스 경제(Touchless Economy)로 확대되는 기폭제가 된 것.

터치리스 경제 기반은 바로 생체인식 기술

터치리스 경제에 기반하는 기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생체인식 기술이다. 생체인식 기술은 사람마다 다른 고유한 신체의 특징을 기반으로 하는 인증 방식이다. 이 기술은 기존에도 사용돼왔지만,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구축 비용 때문에 최신 보안 솔루션 업데이트를 꺼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수가 사용하고 공유하는 물품이 기피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손으로 조작할 필요가 없는 비대면 터치리스 생체인식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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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산으로 터치리스 생체인식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안면인식’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생체 정보는 각 개인의 고유한 정보이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 특히 지문인식은 터치가 기반이 돼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인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을 때는 이러한 편의성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기술 중 하나가 안면인식이다. 기존 안면인식 기술은 눈, , 콧구멍, 광대뼈 돌출 등 외관적인 요소를 분석해 신원을 확인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혈관 내 피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열점을 인식해 개인을 구분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또한, 뼈와 근육, 혈관, 손가락 체지방, 걸음걸이, 음성 등을 분석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위생의 중요성 대두더 섬세하고 고도화된 터치리스 생체인식 기술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사람들이 붐비는 핫플레이스나 대형병원, 공공기관, 체육시설 등과 같은 공용 시설을 중심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관리자가 직접 체온을 측정해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수기로 진행하다 보면 표기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사후 관리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터치리스 생체인식 출입관리 시스템이 등장했다. AI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얼굴인식 시스템과 열화상 카메라를 연동해 특정 장소에 출입하는 사람의 체온을 사전 측정하고, 전산 기록으로 남기는 시스템이다.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본인인증이 가능한 안면 얼굴 인식 기술이나 0.3초 만에 얼굴을 인식하는 워크스루형(Walk through) 얼굴인식 스피드 게이트도 AI 딥러닝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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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트라리프(Ultraleap)에서 개발한 비접촉 센서 기술은 엘리베이터 버튼 근처에만 가도 이를 인식하는 원리를 활용한다.(사진제공 : 울트라리프)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의해 개발된 비접촉 센서에도 생체인식 기술이 탑재됐다. 이 기술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아도 1cm 근처까지 손가락을 접근시키면, 습도 센서가 이를 인식해 즉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켜준다. 위생과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터치리스 생체인식 솔루션의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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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카드 결제방식보다 위생적인 터치리스 생체인식 페이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터치리스 생체인식 페이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어 기존 카드 결제방식보다 위생적이기 때문. 롯데카드 핸드페이는 손바닥 정맥인증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로, 결제를 위해 단말기에 직접 손이나 손바닥을 대지 않아도 된다. 근적외선 센서만으로 본인 인증이 가능하기 때문. 이러한 기술들이 사회 곳곳에 적용되면, 지문과 같은 기존의 접촉식 인증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다양한 제품에 이를 접목시켜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대되고 있는 터치리스 경제를 주도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보안성과 편의성, 그리고 업무 생산성을 모두 잡기 위해서 홍채, 정맥, 안면인식과 같은 터치리스 생체인식 보안 솔루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시류가 되고 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IT 칼럼니스트

비에르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