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반도체 업체들이 1분기 사업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 발표하고, 올해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가늠해보는 시기다. 사실 올해는 반도체 업체들이 칼을 벼르고 기다렸던 해였다. 길었던 작년의 불황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승 곡선을 탈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 하지만 이런 기대는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하기 어렵게 됐다. 올 한해 전망을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펜트업(pent-up): 소비가 억제된 기간 이후에 나타나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수요의 급속한 증가

코로나19 이후 첫 실적 발표… “예상보다 훨씬 좋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나란히 호실적

1분기는 코로나19 사태가 나타난 이후 첫 실적 시즌으로 반도체 업계와 증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4 23일 기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다소 맑음이다. 당초 2월부터 중국 전역이 봉쇄되고 곧이어 전 세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해 수요 감소가 예상됐지만, 보란 듯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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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곳이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 71,989억 원, 영업이익 8,00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3% 늘었고, 영업이익은 41.4% 줄었다. 하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보면 영업이익이 무려 239%나 늘어났다.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찍은 작년 4분기보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 증권가에서는 이번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예상을 상회한 배경으로 수율 향상과 제조원가 절감을 꼽는다. 이를 통해 비용을 대거 절감하면서 이익률을 끌어올렸다는 것. 이에 더해 1분기부터 시작된 달러 강세도 수출기업인 SK하이닉스에 이익을 안겨줬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553,252억 원, 영업이익 64,473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반도체 부문은 매출 176,400억 원, 영업이익 39,9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9% 늘었고, 영업이익은 3.2%가량 줄었다. 이는 작년 1분기 대비 메모리 판매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보면 영업이익이 16%가량 늘어 1분기에는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1분기 메모리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코로나19가 확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온라인 교육 등의 증가로 인해 서버와 PC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실적이 전 분기보다 소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분의 실적은 혼조세였다. 직접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제조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는 2020 5G용 모바일 프로세서 판매량 증가 등으로 전 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지만,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는 중국발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다.

인텔의 1분기 실적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인텔은 실적발표일(4/23) 기준으로 1분기 매출 198억2,800만 달러(약 24조3,884억 원), 순이익 56억6,100만 달러(약 6조9,63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5%, 순이익은 42.5% 늘어났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사업이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 그룹 파트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3% 늘어난 매출 699,300만 달러(약 8조6,014억 원)를 기록했다. 작년 무역전쟁이 격화했을 때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2018년보다 2% 늘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압도적인 성과다. 이는 작년 반도체 불황으로 억눌려있던 수요가 1분기에 크게 늘었다는 점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서버 수요가 늘었다는 점 등이 반영될 결과로 보인다.

파운드리 업계의 대표주자인 대만 TSMC 역시 호실적을 기록했다. 실적발표일(4/16) 기준, TSMC의 1분기 매출은 3,105억9,700만 대만달러(약 12조4,238억 원), 영업이익은 1,285억2,200만 대만달러(약 5조1,40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100% 늘었다. 게다가 TSMC는 양산 모델 중 최첨단 제품이자 고가 제품인 7nm 제품의 매출 비중이 35%로 대폭 늘어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7nm 공정은 애플 아이폰용 칩셋이나 퀄컴의 최신 AP 등 고가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인다. 증권가에서는 “TSMC 1분기가 비수기인 데다 코로나 사태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5G 스마트폰용 칩셋과 서버용 칩셋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분기 실적만으로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 시장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격리에 돌입했다. 이는 선진국 시장의 소비가 급감하고, 그만큼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텔의 경우 실적 발표 이후 장외에서 주가가 5%나 급락했다. 1분기실적 피크를 찍고 2분기부터는 B2B(기업 간 거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수요가 모두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 실제 타격은 2분기부터 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에는 모바일 수요가 둔화될 우려가 크고, 하반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작년 내내 지속됐던 반도체 불황기에 억눌려있던 수요가 올해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잠잠해질 경우 더 거대한펜트업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올해는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코로나 사태가 언제쯤 진정될지와 고객사의 투자가 얼마나 빨리 재개될지에 따라서 실적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잠잠해져도 하반기 반도체 시장은 하락세?… 시장에 울려 퍼지는 ‘경고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도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가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고, 기업 실적 역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 와중에도 반도체는 굳건히 수요를 지키며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왔다. 작년 심각한 불황으로 인해 공급 과잉 현상이 잦아든 데다 원격 근무, 교육 수요가 늘면서 서버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1분기 시장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시장조사기관을 중심으로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광풍이 점차 잦아드는 와중에 반도체 시장에는 빨간불이 켜진다는 것.

미국의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4%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IC인사이츠는 작년 대비 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IDC 역시올해 반도체 시장이 줄어들 가능성은 80% 이상이라고 밝혔다. 1분기 반도체 기업들이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 같은 하락세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 규모가 2년 연속 줄어드는 배경에는 피할 수 없는 경기 침체가 있다. 반도체는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마트폰, PC, 게임기, 서버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기기에 탑재되는 핵심부품이다.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잠기면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반도체 시장의 주요 수요처 중 하나인 스마트폰의 경우 올해 출하량이 108,000만 대 수준으로 작년보다 3억 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베트남 등에서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일자리를 잃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스마트폰 구매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

버팀목이었던 서버 분야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1분기에는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클라우드 업체와 서버 업체들이 D램 등 반도체 주문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주문량을 계속 소화할 수 없다. 코로나19 발발 초기 집에서 게임, 동영상 등을 보는 사용자가 폭증해 트래픽이 늘었지만, 시간이 흐른 최근 시장에서는 증가세가 잠잠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서버를 더 늘릴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IT기업의 설비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악재다. 이들의 투자 중 상당수는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투입되고, 이는 반도체 구매로 직결된다. 하지만 이들이 투자를 줄이면 그만큼 수요가 줄어든다. 이렇다 보니 2분기 후반 또는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철모르고, 4월 스마트폰 신제품 러시… 애플부터 삼성전자까지 중저가폰 속속 등장

일반적으로 4월은 2~3월 사이 공개된 스마트폰이 팔리는 시기이지, 새로운 스마트폰이 공개되는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4월은 달랐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국내외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줄줄이 신작을 내놓고 있기 때문. 특히 4월에 등장한 스마트폰들은 대부분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들이다. 업계에서는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구매에 부담이 덜한 중저가폰 신제품이 등장하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반도체 업계에도 가뭄 속 단비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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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을 연 곳은 미국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달 15아이폰SE 2세대를 전격 공개했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등장한 애플의 중저가폰이다. 이 제품은 과거 아이폰SE와 비교했을 때 겉보기에는 다른 것이 없다. 현재 아이폰에 없는 물리 버튼을 탑재하고 화면 크기 역시 4.99인치로 출시돼,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

하지만 성능은 최신 아이폰에 뒤지지 않는다. 아이폰11에 들어간 AP와 같은 모델인 ‘A13 바이오닉이 탑재돼 고성능을 자랑한다. 가격은 55만 원 수준으로 아이폰11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과거 아이폰을 그리워하는애플 팬부터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워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던 고객들까지 모두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야심 차게 내놓은 갤럭시S20이 출시 시기가 코로나19와 맞물려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중저가폰 신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 고성능 카메라에 5G 통신망을 지원하는 중저가폰 2(갤럭시A71, 갤럭시A51)을 내놓는다. 이 중 갤럭시A71은 후면에 최대 6,400만 화소급 카메라를 포함해 4개의 카메라를 장착했다.

LG전자도 5 ‘LG 벨벳이라는 신작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6.9인치의 대화면에 후면 카메라를 물방울처럼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중저가폰 러시가 침체된 분위기를 다소 진정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코로나19가 발발한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3월부터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 것과 맞물려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정보통신연구원(CAICT)에 따르면 중국의 3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2,103만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는 22% 줄었지만, 전월(2)보다는 232%나 늘었다. 이는 중국의 봉쇄, 격리 정책이 완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신제품 구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격리 정책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 중국과 비슷한보복 소비패턴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중저가폰 시장이 커지면 예상보다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의 판매량이 늘어나 시장 하방 압력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도체가 코로나19 진단에 쓰인다?… 영국 스타트업, 코로나19 진단용 반도체 개발 후 상용화 나서

반도체는 코로나19 시대에 재택근무, 원격회의,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위한 핵심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역할까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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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여부를 파악해주는 반도체는랩온어칩’(Lab On a Chip)이다. 말 그대로 반도체 안에 실험실이 있다는 의미로, 질병 진단 등에 쓰이는 바이오 반도체의 일종이다. 유리, 실리콘 등의 기판 위에 DNA, 단백질 등 기타 생물 화학적 시료를 반응시켜 여러 필수 정보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단에 활용된다. 특히 손톱만한 반도체 하나로 별도 기기 없이도 DNA를 분리, 검증하는 과정을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랩온어칩을 활용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 상용화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교수 출신인 크리스 토우마저우가 창업한 스타트업 ‘DNA넛지가 주인공. 이 회사는 본래 식료품점 등에서 식품을 살 때 사용자의 영양, 건강 상태에 맞춰서 최적화된 영양분을 갖춘 식자재를 파악할 수 있는 DNA 테스트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데 이 기술을 코로나19 검사에 적용해 단 1시간 만에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당초 코로나19 검사 후 결과를 파악할 때까지는 1~2일 가량 소요됐다. 최근에는 검사 장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시간이 점점 단축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하루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DNA넛지는 자체 개발한 소형 판독기와 DNA 추출 기술 등을 활용해 판독 시간을 줄임과 동시에 비용도 대폭 낮췄다. 이를 통해 대규모 검사를 가능케 만든 것.

한편, 이 같은 기술은 한국에서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진시스템은 자체 개발한 랩온어칩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판독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고, 국내 바이오 중소기업인 나노엔텍 역시 비슷한 기술을 활용한 검사 장비를 만들어 수출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단순히 전자장치의 핵심부품 역할로만 여겨져 왔던 반도체가 바이오산업과 접목돼 전 세계 인류의 목숨을 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테크 칼럼니스트 / 전 조선일보 기자

강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