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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New SK’의 원년을 선포하며 DBL(Double Bottom Line,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SK의 경영철학) 경영을 본격화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SK하이닉스에서도 DBL을 실천하기 위한 구성원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활발히 SV 창출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천FAB DBL 실천단. SK하이닉스 뉴스룸은 이천FAB DBL 실천단 소속으로 ‘FAB 간(間) 물류 항온기술’을 통해 지난해 제조/기술 부문 주관 SV 추구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조연욱 TL을 만나 아이디어의 발굴 과정과 DBL 창출 성과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사례 요약

온도에 민감한 웨이퍼에 대한 고민, 아이스팩에서 힌트를 얻다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Wafer)는 완제품이 되기까지 수백 개의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웨이퍼는 FAB에서 FAB으로 이동한다. 이천 캠퍼스 내 FAB간 이동뿐 아니라 청주FAB이나 중국 우시FAB으로의 이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조연욱 TL(이천FAB 효율팀)은 이러한 웨이퍼의 반송(搬送, 물건 따위를 운반하여 보냄)을 수행하는 물류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 현장에서 그는 ‘어떻게 하면 웨이퍼를 온전한 상태로 이동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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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퍼는 국내 물류 이동 시 FOUP(Front Opening Unified Pod)이라 불리는 상자에 보관되며, FOUP Cart 혹은 FOUP Bag에 담겨 운반됩니다. 그런데 이 웨이퍼는 온도에 굉장히 민감해요. FOUP의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가 발생하면 ‘결로현상’이 발생하죠. 웨이퍼에 맺힌 이슬이 증발하면 표면에 자국이 남아 손상이 생기고, 이는 결국 품질 이슈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해외 물류 이동이 발생할 땐 비용 문제가 컸다. 웨이퍼의 온도 유지에 필요한 항온 컨테이너에는 연간 약 100억 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이처럼 외부 온도 변화에 대한 품질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카트, 백, 컨테이너 등 웨이퍼를 운송하는 수단의 내부를 개선해야만 했다. 그때 조연욱 TL의 머릿속을 스친 건, 아이스박스에 채워 넣는 ‘아이스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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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카트에 아이스팩을 넣어보기도 했죠. 하지만 웨이퍼에 요구되는 온도를 맞추기는 불가능했어요. 웨이퍼에 적합한 소재를 찾던 중, ‘PCM(Phase Change Material, 상변화물질)’을 알게 됐어요. 외부 온도 변화에 따라 고체나 액체로 변하며 흡열 및 발열을 반복, 특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물질이죠. 이 PCM을 아이스팩처럼 규격화해 웨이퍼 운송수단 내부에 부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반도체 물류에 PCM을 적용한 최초 사례… 웨이퍼 결함 잡고, 운송비용 대폭 줄였다

‘FAB 간 물류 항온기술’은 PCM을 반도체 물류에 적용한 최초의 사례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이었다. 조연욱 TL은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해결법을 구상하던 물류팀 동료들과 함께 협업에 나섰다. PCM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협력사(FMS코리아)와 함께 공동개발에 돌입했다.

PCM detail

“PCM을 웨이퍼의 품질 유지에 필요한 적정 온도(20℃~26℃)에 반응하도록 설정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특히 PCM을 어떠한 형태로 담을 건지, 또 이를 카트나 백에 얼마나 장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죠. 최적의 성능을 내면서도 현업의 물류 환경에 부합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어요”

이렇게 개발된 물류 항온기술은 2019년 초부터 현업에 활발히 적용 중이다.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기술은 놀라운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국내 물류 이동 시 기존 대비 항온 유지 성능이 9~32배 개선됐다. 이를 통해 FAB 간 물류 이동 시 발생하는 공정별 결함 발생을 해결해 연간 7억 5천 5백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해외 물류 이동 비용은 무려 90% 감소해 연간 약 9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공동개발 통해 협력사 역량 강화… 특허 출원 바탕으로 New Biz. Model 기대

SK하이닉스와 함께 공동개발에 참여한 협력사(FMS코리아)는 지난해 물류 항온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특허 출원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분야뿐 아니라 식품, 의약,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납품을 진행 중. 이로써 SK하이닉스는 협력사 매출액의 10%(약 15억 원)에 기여하며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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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부딪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올렸던 작은 아이디어가 이렇게 파급효과가 클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단순한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함께 상호 협업하여 이를 발전시키면, 상상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협력사와의 공동개발을 이끌며 DBL의 가치를 체득한 조연욱 TL.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천FAB DBL 실천단으로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실현할 방법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이다. 조연욱 TL은 “이천FAB 내 발생하는 물류에 대한 작업 방법 표준화 및 효율 극대화를 위해 SV 추진협의체를 결성, 주 1회 정기 미팅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이번 기술 개발 사례를 발판 삼아 DBL을 추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