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수출, 기업이익, 설비투자 등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반도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이 더 많이 전해졌다. 이에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 역시 반도체 시장의 반등 여부일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해 반도체 시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올해 반도체 시장의 추이를 전망해보려 한다.

2019년 반도체 시장 불황 원인은가격효과실적 부진엔 기저효과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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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실적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3개월 연속 감소 중이고, 주력인 DRAM과 낸드플래시 수출 모두 부진했다. 마치 국내 반도체 기업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것처럼 느껴진다.1)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기간 수출 물량 기준으로는 감소율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소폭 증가한 품목도 있다. 호황기였던 2017~2018엔 정반대였다. 수출금액은 크게 증가했으나 수출 물량은 오히려 부진했다.2)

이에 비춰보면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반도체 수출금액이 급증 혹은 급감했던 것은 실제 수요가 크게 변동됐기 때문이 아니라 가격효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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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의 등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역시 마찬가지로 가격효과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 추이는 DDR4 4GB 고정거래가격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폭락, 패닉 등의 표현이 빈번히 등장할 만큼 극심했던 지난해 반도체 불황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수요 부진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가격효과에 기인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올해 수출이나 기업 실적 등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것에는 기준이 되는 2018년이 반도체 시장 역대 최대 호황이었던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은 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이끌었지만,4)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은 가격효과에 좌우됐다. 즉, 2018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실적은 비정상적이었던 측면이 있다는 것.

실제 지난해 9월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17년 대비 1.4%, 2016년 대비 19.8% 성장했다. 2018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이 심각한 불황이었던 것처럼 여겨지는 데에는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 현상의 영향도 있는 셈이다.

가격조정은 마무리 단계…2020년은 긍정적인 분위기도 감지돼

그리고 최근 1년간의 가격 급락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하락 속도가 완만해지거나 일부 제품은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지금은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 간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이 동행하고 있다는 것은 필요 이상의 가수요가 해소됐고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던 수요자 및 공급자의 재고가 일정 수준 정상화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가격이 점차 안정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과거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시점은 2018년 12월이고 기업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 역시 2018년 4분기다. 하지만, 반도체 현물가격은 이미 2017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현물 시장에서 DRAM은 2017년 11월, NAND는 2017년 10월부터 하락으로 전환됐다. 다만,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고정거래가격으로 거래하는 비중이 높아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약 1년의 시차가 발생했다. 가격 버블이 형성되던 시기에는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 간의 시차가 최대 3분기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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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기적으로 고정거래가격은 현물가격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18년 2~3분기부터 고정거래가격 역시 급락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2월부터 가격 차이와 시차는 거의 없어졌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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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도체 가격은 아직 하락 중이고 수출도 여전히 감소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지표들도 감지된다. 반도체 시장의 선행지표인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 증가율은 이미 바닥을 확인했고, 플러스 전환이 임박한 상황.6) 통상적으로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는 반도체 시장을 6개월 정도 선행하는 특성을 보인다. 즉, 2020년 상반기에는 반도체 시장 회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확실히 플러스로 전환된 것은 아니므로 4분기 동향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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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가격은 대부분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는 반면, 고정거래가격의 경우 특히 서버, 모바일 등 주력 제품은 급격히 하락했다.7) 고정거래가격이 급락해 실적이나 수출에 미치는 충격의 강도가 강했고 특히 기업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컸지만, 한편으로는 조정 기간이 단축되어 불확실성이 조기에 해소된다는 장점도 있다.8) 이처럼 짧은 기간에 가격 버블이 많이 해소된 만큼, 향후 급락 가능성은 낮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아직 가격 조정이 끝나지 않은 제품이 많아,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약세 요인 남았지만 2분기부터는 반등 확실시…공급 과잉은 여전히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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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요를 의미하는 비트그로스(bit growth)의 2020년 전망치는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9) 가격효과를 배제한 실수요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비트그로스 레벨이 과거 대비 크게 낮아진 상황이어서 2~3%p 수준의 상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10) 시장은 여전히 공급량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은 이미 태동기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다. 시장 규모 자체도 상당히 커졌다. 그렇기에 수요 증가율은 추세적으로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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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격효과로 인해 기업 실적은 2018년 3분기까지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지만, 이미 수요는 피크아웃(Peak-out) 상태였기에 가동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11) 재고는 급상승했다.12) 올해 생산 활동이 조금씩 회복되며 가동률은 3월부터 높아지기 시작했고 재고는 8월부터 낮아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재고가 높은 수준이라 가격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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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반도체 수출과 반도체 제조업체의 매출, 영업이익 등이 크게 감소한 것은 판매량 감소가 아닌 가격 하락에 기인하므로 가격이 안정되면 모두 플러스로 전환된다. 2019년 9월 누적 국내 반도체 생산은 2018년 대비 7.4%, 출하는 6.9% 증가했다. 1년 이상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함에 따라 현물가격, 고정거래가격 모두 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임박했다고 판단된다. 올해 연말까지는 대부분의 버블이 해소될 전망이다.

비록 일부 제품군의 경우 2020년 초까지 가격 조정이 진행되겠으나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2020년 1분기까지는 가격의 기저효과로 인해 수출과 기업 실적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겠으나, 2분기부터 회복이 시작돼 연간 실적은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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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가격 폭락의 원인은 과도한 설비투자에 의한 공급과잉이다. 특히 과도한 설비투자의 주범은 평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투자를 집행한 한국과 중국으로 꼽힌다.13) 가격이 폭락하자 올해 한국 기업들은 감산이나 생산 합리화 조치를 단행하고 설비투자도 크게 축소했으나 중국은 소폭 축소에 그쳤고 대만과 북미는 오히려 확대했다.14) 2017~18년 신증설 물량조차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에는 한국 역시 설비투자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각주>
1) 2019년 누적 수출 증가율(수출금액/수출물량) : DRAM –47.8%/-4.3%, 플래시메모리 –25.4%/+8.7%(10월 기준)
2) 2017~2018년 DRAM 수출 증가율(수출금액/수출수량) : 78.4%/–1.4%(2017년) → 49.5%/0.3%(2018년)
3) 가격(2016년 5월/2018년 8월/2019년 11월) : 모바일 DRAM 4.9/7.2/3.8 USD, 서버 DRAM 33.7/92.6/38.1 USD
4) 매출 증가율(2017년/2018년) : SK하이닉스 79.6%/38.0%, 인텔 8.5%/12.2%
5) DDR4 4Gb 장단기 가격차(달러) : -0.9(2018년 2월) → 0.7(2018년 10월) → 0.0(2019년 2월) → -0.1(2019년 10월)
6)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 증가율(YoY, %) : -28.5(2019년 4월) → -18.4(2019년 6월) → -6.0(2019년 9월)
7) PC DDR3 4Gb 현물 : –59.3%(23개월) / 서버 DDR4 4Gb 고정거래 : –66.1%(14개월)
8) 고정거래가격이 현물가격과 같은 속도로 하락했다면 2020년에도 불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컸다. 중국과 인텔이 메모리 시장을 노리는 상황에서 불황이 길어지면 투자 결정 등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9) 비트그로스 전망 : DRAM 17%(2019년) → 20%(2020년) / NAND 35%(2019년) → 38%(2020년)
10) 2015년 이전 연평균 비트그로스: DRAM 49.3%, NAND 104.1%
11) 반도체 제조업 가동률지수 : 118.4(2018년 6월) → 110.0(2018년 9월) → 101.6(2018년 12월) → 98.1(2019년 2월)
12) 반도체 제조업 재고지수 : 122.3(2018년 9월) → 142.8(2018년 12월) → 182.1(2019년 7월) → 146.1(2019년 9월)
13) 2016년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2017년/2018년) : 한국 133.4%/130.3%, 중국 27.4%/102.9%
14) 2019년 설비투자증가율: 한국 –37.0%, 대만 21.5%, 북미 8.4%, 중국 –10.8%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주완 연구위원